노벨상 수상자가 보고 싶다.

편집국장 한대수

한대수 기자 승인 2021.10.07 14:56 | 최종 수정 2021.11.05 20:31 의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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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한대수


해마다 10월이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이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려 보지만 역시나 올해에도 우리나라에는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가 없었다. 왜 우리나라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 일본은 올해에도 물리학상에서 노벨상을 추가하면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이제 28명이 되었다. 분명히 축하해줘야 할 일인 것은 확실하나, 한편으로는 노벨상 수상자가 1명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니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는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게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 중 특히 과학부문 수상자가 24명이나 된다. 중국도 6명이나 수상했다. 평생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학자도 있다. 미국의 물리학자로 반도체 연구 및 트랜지스터 개발에 공헌한 조 바딘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나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으로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했다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노벨평화상을 제외하고 과학이나 문학, 경제 분야의 노벨상은 불모지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벨상 수상자가 보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노벨상은 물리, 화학, 생물학 또는 의학상과 문학, 평화, 경제상 등 6개 분야에서 우수한 과학자를 선정해 수상하는 학계나 과학자들이 바라는 최고의 상이다. 국가의 명예와 국민의 자긍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상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는 온도를 감지하는 분자를 최초로 발견한 데이빗 줄리어스와 촉각을 느끼는 센서역할을 하는 '피에조1.2'를 발견한 아르뎀 파타푸티언 등 미국인 2명이 선정됐다.

또 노벨 물리학상에는 슈쿠로 마나베(미국), 클라우스 하셀만(독일), 조르지오 파리시(이탈리아) 등 3인이 을 공동으로 선정됐다. 리스트와 맥밀런이 분자 구성과 관련한 정확하고 새로운 도구인 유기촉매 개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제약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고 화학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선정이유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는 보이지 않고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 수상하는 것을 매년 뉴스로만 접하면서 아쉬움만 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총 28명이나 배출했다. 최근 15년간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을 많이 수상한 나라중 하나이다. 역대 일본 수상자를 보면 물리학상 13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4명 등 과학 분야가 단연 압도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비과학 분야인 평화상을 수상한 게 전부이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수준이 결코 낮은 편이 아닌 데도 왜 매번 노벨 과학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새로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패러다임 창출, 전환형 연구'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키워야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015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30년 동안 과학 분야 3개 노벨상 수상 패턴을 분석해 공통된 유형을 찾은 보고서에 따르면 3개 과학부문의 수상 내역에서 '패러다임 창출·전환형 연구'가 87.1%를 차지한 반면에 '패러다임 명료화·확장형 연구'는 12.9%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즉, 혁신형 연구를 통해 기존 연구 판세를 뒤집는 연구가 노벨상에 근접할 수 있는 고득점 포인트라는 얘기다.

하지만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과학계에선 엄두도 내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새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연구자는 기존 세력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또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는 장래가 불확실하고 과학적 중요성을 가늠하기도 힘들며 연구비 지원도 받기 힘들어서 연구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로 꼽힌다는 것이 학계의 전언이다. 학파의 인맥과 흐름, 폐쇄성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고위험 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다학제 연구 지원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또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 구축도 절실하다. 이를 통해 국가 미래를 책임질 연구자들이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줘야 한다.

해외에 있는 우수 과학자들을 국내로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역으로 우수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기초과학 노벨상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올해 과학부문 노벨상도 별다른 수확 없이 마무리 됐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노벨상 후보에 한국의 우수한 석학들의 이름이 자주 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노벨상 문턱까지는 왔다는 청신호로 해석되는 이유이며 희망이다.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미국이 350개가 넘어 단연 1위이다. 과학부문에서 일본을 포함한 상위 10위까지의 랭킹은 단연 1위가 미국이고 2위가 영국, 3위가 독일로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가 100여명이 넘는 국가들이다. 일본은 28개로 10위권이다. 노벨상의 랭킹은 국가의 도움을 받은 소수의 천재 과학자들이, 과학을 발전시켜 인류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행복에 기여한 순위라고 해석되고 있다. 한국이 수학올림픽에서 1등을 차지하고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에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기초 과학자를 무수히 양성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세계 수준에 이르도록 체계적인 노력과 집중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나오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우리의 교육과 연구풍토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그동안 우리는 대학입시 교육에만 몰두해 기초학문 교육과 미래과학 발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오랜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를 육성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과학투자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면 과학자들의 창의력도, 사명감도 떨어지게 돼 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교육과 인재양성이 절실한 때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세계 수준에 이르도록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과 구호로만 외치는 창조과학이 아니라 실제로 투자에 집중하여 성과를 이루어내는 창조과학이어야 한다. 그래야 노벨상 수상도 가능하고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세계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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