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 무엇인가?

한갑수 변호사(법무법인 현담 소속)

BK뉴스 승인 2022.01.20 15:06 | 최종 수정 2022.01.26 15:43 의견 0


추상적인 용어를 포함한 질문은 언제나 답하기가 어렵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혹은 역사란 무엇인가? 등등의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서 서술한 많은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을 읽으면 대충 ‘그런가?’하는 것이지, 딱 부러지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라면 어렵다. 도대체 그것이 뭐란 말이냐? 하는 혼돈 속으로 더 밀어 넣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를 주제로 한 이유는 이 짧은 글 속에서 법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자 함은 아니다.

사전적인 정의를 빌리면 법이란 흔히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여러 규범들 중 하나로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회규범이라고 정의된다. 사회규범은 법 말고도 도덕, 종교, 관습 등을 예로 들기도 한다. 법이란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규범인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접하는 함무라비 법전, 고조선의 팔조 법금 등에서 그 역사가 잘못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물며 짐승들 사이에서도 서로 간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룰(rule)이 있는데, 인간의 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임을 감안할 때 인간들 사이에서도 법이 정립되는 과정은 아주 오래되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법을 알아가다 보면 ‘도대체 법이 왜 그래’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자신만의 법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오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권력적 이해관계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법은 그 시대 법의 제정권을 가진 측의 이해가 반영되다 보니, 법률관계에서 의무를 혹은 의무만을 많이 부담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법이 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래전 역사에서는 전제왕권과 그 지배층을 위한 법들이 제정되었고, 이는 거의 대부분 일방적인 수탈을 합법화하는 장치들이었기 때문에 많은 피지배 계층이 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피지배 계층에게는 소수의 이해에만 부흥하는 수탈 법들이 ‘그 망할 놈의 법’이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면 그 망할 놈의 법을 갈아엎는 혁명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그 망할 놈의 법을 개혁하고자 많은 개혁파들이 역사에 등장하고 사라져 갔음을 배우지 않는가! 이를 조금 유식하게 표현하고자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어 폭발하는 것으로 설명하거나 그 외에도 많은 표현방식 상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혁명이나 사회 발전은 이해할 수 없는 법체계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 가능한 법체계로 바꿔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가 법치국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위와 같은 역사 발전상의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원리인 권력분립은 바로 법과 관련된 것이고, 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법체계로의 발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법은 항상 대립된 이해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법체계에 대한 도전이 있으며, 그러한 도전이 심화되면 법체계는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의 법체계를 변화시켜 보다 균형된 상태(전보다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법체계)로 발전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더 많아지고 있고, 더 세밀해지고 있다. 법이 일부의 이해를 반영해서 간단하게 규정되다가 적용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과 도전에 부딪치게 되면 이를 수정해나가고 보충해가다 보니 어떤 법은 법조인들조차도 ‘도대체 그런 법도 있냐’고 그 법의 존재에 대해서 신기해할 정도로 법이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결국 이렇게 법이 세밀해지고 복잡해지는 것은 기존의 법체계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누려온 권리들이 더 이상 이해를 받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체계가 거기에 대응해간 까닭이며,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기존에는 대충 일방의 이해 속에서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이제 더 이상 일방의 이해관 계대로 넘어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실에서 교사의 사랑의 매나 가정에서 부모의 훈육 목적의 체벌이 당연시되던 20세기와 거의 불가능해진 21세기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라고 다수가 이해할 수 있는 법이어야 한다고 해서 법을 바꾸어가다 보니 법은 오히려 세밀해지고 복잡해져서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보다 세밀해지고 복잡한 규범체계가 사람들 사이를 이해와 두터운 정의 인간적인 관계보다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딱딱한 법률관계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도 그 이해의 폭을 확대하고자 했던 측면들에서 보면 모순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해가면서 사람들의 이해와 사고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면 획일적인 방식으로 제정된 법들도 사회의 발전에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때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며, 내가 이해하고 있던 법체계가 누군가에게선 이해할 수 없었던 규범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다 공평한 법은 존재하기 어렵다. 다수가 이해할 수 있는 법이 있을 뿐. 법은 다수의 이해를 체계화한 사회규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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