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해부대 회군에 저무는 ‘아덴만의 여명’ 

박상배 승인 2021.07.21 11:29 의견 0
박상배 언론학박사·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박상배 언론학박사·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작전명 ‘아덴만의 여명’이라고 불리는 우리 해군의 첫 해외 원정 연합작전은 말 그대로 ‘기상천외(奇想天外)’ 그 자체였다. 이스라엘 특공대의 무공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엔테베 공항’ 대테러작전에 버금가는 지구촌 최대 관심사이기도 했다.  


2011년 1월 15일 소말리아의 해적에게 피랍된 1만톤급 화물선 삼호 주얼리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대한민국 주도 아래 진행된 미국, 오만, 파키스탄 해군의 연합작전. 납치 단 엿새 만에 청해부대 소속 UDT/SEAL 팀의 급습으로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와 동시에 인질 21명 전원 구출의 성과를 낸 우리 군이 해외에서 수행한 최초의 인질구출 작전이다.

 

한국인 선원 8명을 비롯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총 21명의 선원 모두를 구출하였다.

 

사실 청해부대는 작명(作名)부터가 대한민국 해군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

 

한국군 사상 첫 전투함 파병부대이기도 하지만 청해는 해상무역을 통해 통일신라를 부흥시켰던 장보고 대사가 완도에 설치한 해상무역기지인 청해진에서 따온 명칭으로, 해군의 해양수호의지를 상징한다.

 


청해진은 그 의미에 있어서도 신라의 장보고가 당시 동북아의 해상 장악으로 우리 민족의 눈을 밖으로 돌리게 한 역사적 계기였다는 것에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828년 당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해상교통로는 세 개의 항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첫째, 중국 산둥 반도에서 황해안을 건너 랴오둥 반도 연안을 돌아서 압록강 하구나 그 남쪽의 연안지역으로 이르는 항로와 둘째, 중국 산둥 반도에서 황해를 가로질러 강화도나 덕물도에 이르러 연안 각 하구로 통했던 항로. 그리고 중국의 양쯔강 하구와 주변지역의 명주와 양주 등지의 동북에서 황해를 건너오거나, 또는 산둥 성 등주에서 동남으로 순항하여 흑산도 근해에 이르러 다시 한반도 연안의 각 포구로 항행하거나, 더 나아가 대한해협을 거쳐 일본 서부지역에 도달하는 항로였다.​

 

따지고 보면, 그리스, 로마의 유럽사에서 나타난 해전史 또한 크레타 섬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 연안 고대국가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 불과하다.

 

시대적 사건이나 규모면에서도 동북아 해양을 주름잡았던 장보고의 위상과 사료적 가치는 얼마든 재조명할 비교 가치가 있음직하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무한정 확장세를 거듭하는 거대 대륙세력인 ‘팍스 차이나(pax sinica)’ 중국. 미국을 포함한 호주, 인도, 일본 등 일명 쿼드(Quad) 국가들 중심의 해양세력이 맞부딪치는 외교무대와 국제외교사의 교차점에서 한국. G2(미·중)간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인 자주권을 1300년 전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는 이미 내다본 걸까. 

 

사드배치 하나에도 자주적 의지표출 조차 할 수 없는 작금의 우리 처지와 상황에서 분명 지구촌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그 먼 시공을 뛰어넘는 선각으로 민족의 좌표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제나 이제나, 달라진 게 없다면 장보고의 죽음으로 좌절된 해양제국 건설이나 고구려의 패망은 외부적 무력 충돌 이전에 권력 내부의 분열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공통된 점이 있다.

 

이로 인해 우리 민족은 대륙에서 한반도로 그리고 대양에서 연안으로 축소된 비극적 계기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청해진은 그 출발에서부터 다분히 장보고 개인을 중심으로 한 독자성이 강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신라조정이 장보고에게 내린 청해진대사라는 직함도 신라 관직체계에는 없는 별도의 것이었다.

 

청해진을 거점으로 하여 장보고는 황해의 해적과 남해의 해적을 소탕하고 해상권을 장악한 뒤 국제무역을 활발히 펼치며 중계기지로서 그 번영을 구가했다.

 

한국인을 상대로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엄포를 앞세운 해적들이 벌인 ‘삼호 주얼리 피납’ 또한 이 일을 핑계 삼아서 우리국가를 상대로 돈과 이권을 챙기려던 것이다.

 

당장 세계 최상위권 강대국이면서 테러에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미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저런 일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배짱 넘치는 해적들이 한국을 '길들여' 보겠다고 몇 번 더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 상선을 볼모로 한국을 얕잡아 봤던 것을 보기 좋게 대한해군의 위용을 과시한 셈이다. 

 

우리 정부도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까지 파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2009년부터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해 왔지만 국제사회의 해적 퇴치 노력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유엔은 소말리아 과도정부 출범 이후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2008년 해적 활동이 급증하자 유엔 회원국에 해적 퇴치를 위한 군함과 항공기 파견을 요청했는데 정부가 이에 응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에 따르면 청해부대 임무는 "선박의 안전호송과 안전항해 지원(타국 선박 포함)을 통해 국제 해상 안전과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 "유사시 국민 보호", "연합해군사령부 및 유럽연합(EU)의 해양안보 작전 참여"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으로까지 활동구역을 확대하는 근거를 마련한 데는 이 지역이 중동 산유국의 해상 길목이자 자원빈국인 우리로서는 LNG선박과 유조선 등이 드나드는 에너지안보 면에서 절대적 요충지역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청해부대는 이같은 일상적인 선박 호송 외에 유사시 국민 보호에 투입됐다.

 

앞서 아덴만 여명 작전의 성공적 수행과 같은 해 3월과 2014년 8월 리비아 재외국민 철수, 2015년 4월 예멘 재외국민 철수, 2018년 4월 가나 피랍선원 호송 작전도 수행했다. 청해부대는 링스(Lynx) 해상작전 헬기 1대와 고속단정 3척을 탑재한 구축함 1척(4천t급 이상)으로 구성되며 인원은 320명 이내다.

 

오대양육대주를 누비며 대한민국 해군의 위용과 용맹을 맘껏 자랑하던 청해부대 바다의 용사들. 이들이 어제오늘 고개를 떨군 채 축 쳐진 회군의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어쩌다 지지경까지... 임무완수를 마치지 못한 귀국 장병들을 보면 국민적 자존심을 생각하기보다 연민이 앞선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간 나라별로 백신확보를 둘러싼 자국우선주의가 얼마나 거세고 야박했는지 알 사람들은 다 안다.

 

K-방역의 오만함에 취한 정부가 이 마저도 ‘남북간 백신나눔’부터 외치더니 해외파병 용사들에 대한 접종을 적시적기(適時適期) 못한 책임 또한 적지 않다. 

 

군문(軍門) 역시, 어느 집단보다도 군의 조직력(군기, 군의 기강)은 모든 가치의 최상위 개념이다. 전투력 강화의 기본 또한 조직의 건강성과 안전유지이다.

 

이를 위한 경계는 군의 생명이다. 질병으로부터 조직의 엄호는 지휘관의 책임이다. 전방부대의 노크귀환, 코로나 거리두기기간 훈련 중 장교들의 병영파티 등 전방위적인 경계태세는 벌써부터 문제시 돼왔던 터이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경구가 더욱 새롭다.

 

 ※ 엔터베 작전: 1976년 독일과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에 의해 하이재킹당해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된 에어 프랑스 139편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가 펼친 대테러작전 
※ 장보고가 지금의 전라남도 완도에 설치한 해군 기지와 무역 기지로 828년(흥덕왕 3)에 설치되었다가 851년(문성왕 13)에 철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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